본 문서는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의 다양한 영향을 포괄적으로 분석합니다. 2016년 국민투표부터 시작하여 경제, 금융, 노동시장, 국제관계, 산업별 영향, 법률·규제 환경, 북아일랜드 문제, 교육·연구, 기업, 소비자, 장기 경제 전망, 글로벌 컨텍스트까지 세부적으로 살펴봅니다. 결론에서는 브렉시트가 가져온 주요 변화를 요약하고 향후 대응 전략과 국가 발전을 위한 시사점을 제시합니다.
브렉시트 배경: 국민투표와 정치적 맥락
2016년 국민투표 결과 분석
2016년 6월 23일, 영국은 유럽연합(EU) 탈퇴 여부를 결정하는 역사적인 국민투표를 실시했습니다. 투표율 72.2%라는 높은 참여 속에서 최종 결과는 찬성 51.9%(1,741만 표), 반대 48.1%(1,614만 표)로 브렉시트 지지가 우세했습니다. 이 결과는 영국 내 지역별로 상당한 차이를 보였습니다. 잉글랜드(53.4%)와 웨일스(52.5%)는 탈퇴를 지지한 반면, 스코틀랜드(62%)와 북아일랜드(55.8%)는 잔류를 선호했습니다. 특히 런던과 같은 대도시와 젊은 유권자들은 EU 잔류에 높은 지지를 보였으나, 중소도시와 농촌 지역, 고령층은 탈퇴에 더 많은 표를 던졌습니다.
브렉시트 지지 요인
브렉시트 지지의 주요 원인은 복합적이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이민 문제였습니다. EU의 자유로운 인구 이동 원칙에 따라 증가한 이민자 수는 일부 지역에서 사회서비스 부담, 주택 가격 상승, 일자리 경쟁 등의 우려를 낳았습니다. 또한 EU의 규제에 대한 반감과 영국의 주권 회복 욕구가 중요하게 작용했습니다. 브렉시트 지지자들은 영국이 EU의 관료주의적 규제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정책을 추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경제적 측면에서는 EU 분담금이 과도하다는 인식이 있었으며,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 지원에 이 자금을 활용하자는 주장이 호응을 얻었습니다.
유럽연합 탈퇴 결정의 정치적 의미
브렉시트 결정은 영국 현대 정치사에서 가장 중대한 전환점 중 하나로 기록됩니다. 이 결정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구축된 유럽 통합의 흐름에 역행하는 첫 사례가 되었습니다. 정치적으로는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의 사임을 초래했고, 테레사 메이와 보리스 존슨으로 이어지는 보수당 정부의 리더십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국내적으로는 영국 사회 내 심각한 분열을 드러냈으며, 스코틀랜드의 독립 요구가 다시 부상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브렉시트 결정은 또한 유럽 내 포퓰리즘 정치의 성장과 세계화에 대한 반감이 높아지는 국제적 추세를 반영하는 상징적 사건이 되었습니다.
경제적 영향: 무역 및 산업 구조 변화
무역 협정 재편성
브렉시트의 가장 직접적인 영향은 무역 관계의 근본적인 재편성이었습니다. 영국은 EU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에서 탈퇴함으로써 자유로운 상품, 서비스, 자본, 인력 이동의 특권을 상실했습니다. 2020년 12월, 영국과 EU는 11개월간의 긴장된 협상 끝에 무역협력협정(TCA)을 체결했습니다. 이 협정은 관세나 쿼터 없는 상품 교역을 보장했지만, 비관세 장벽과 통관 절차는 불가피하게 증가했습니다. 특히 원산지 증명 규정은 복잡한 글로벌 공급망을 가진 기업들에게 상당한 행정적 부담을 안겼습니다. 서비스 무역에 대한 협정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어서, 영국 GDP의 80%를 차지하는 서비스 부문에 불확실성을 가중시켰습니다.
EU를 넘어선 무역 관계에서도 중대한 변화가 있었습니다. 영국은 EU 회원국 시절 누리던 70여 개국과의 무역 협정을 독자적으로 재협상해야 했습니다. 2021년 이후 영국은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과 신규 무역협정을 체결했고, 미국, 인도 등 주요 경제국과도 협상을 진행 중입니다. 이러한 '글로벌 브리튼' 전략은 EU 의존도를 줄이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지리적 근접성과 기존 공급망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EU와의 무역을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산업별 경제 충격
브렉시트는 영국 산업 전반에 차별화된 영향을 미쳤습니다. 자동차, 항공우주, 의약품 등 정교한 공급망에 의존하는 제조업은 가장 심각한 타격을 받았습니다. 특히 영국 자동차 산업은 부품의 상당 부분을 EU에서 수입하고 완성차의 약 55%를 EU에 수출하는 상황에서, 국경 장벽 증가로 '적시 생산' 체계가 위협받게 되었습니다. 수산업은 영국 어획 수역에 대한 통제권 회복으로 혜택을 볼 것으로 기대되었으나, EU 시장 접근성 제한으로 실제 이익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농업 분야는 EU 공동농업정책(CAP) 지원금 중단과 계절 노동자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새로운 영국 농업 정책으로의 전환이 진행 중입니다.
투자 환경 변화
브렉시트는 영국의 외국인직접투자(FDI) 환경에도 상당한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2016년 국민투표 이후 불확실성이 증가하면서 영국으로의 투자 흐름이 둔화되었습니다. EU 단일시장 접근성을 위해 영국에 유럽 본부를 둔 다국적 기업들 중 일부는 사업장을 아일랜드, 네덜란드, 독일 등으로 이전했습니다. 반면, 영국의 규제 자율성 확대는 첨단기술, 생명과학, 녹색 에너지 등 특정 부문에서 새로운 투자 기회를 창출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영국 정부는 자유무역항(Freeport) 계획, 법인세율 조정, 연구개발 지원 확대 등을 통해 투자 매력도를 높이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투자자들은 여전히 영국-EU 관계의 장기적 안정화를 기다리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금융 서비스 부문 영향
런던 금융 중심지 위상 변화
브렉시트는 세계 금융의 중심지 중 하나인 런던 시티(City of London)의 위상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영국-EU 무역협력협정(TCA)은 금융 서비스에 대한 포괄적인 조항을 포함하지 않았으며, 결과적으로 영국 금융 기관들은 '패스포팅(passporting)' 권리를 상실했습니다. 이 권리는 영국에 기반을 둔 금융 기관들이 별도의 인가 없이 EU 전역에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메커니즘이었습니다. 대신, 영국은 EU의 '동등성(equivalence)' 결정에 의존하게 되었는데, 이는 더 제한적이며 EU에 의해 언제든지 철회될 수 있는 불안정한 체제입니다.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런던은 여전히 뛰어난 금융 인프라, 법적 안정성, 시간대 이점, 영어 사용 등의 강점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2022년 Global Financial Centres Index에서도 런던은 뉴욕에 이어 세계 2위의 금융 중심지 위치를 유지했습니다. 그러나 EU 관련 특정 금융 활동, 특히 유로화 청산업무 일부가 파리, 프랑크푸르트, 암스테르담, 더블린 등으로 분산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런던은 핀테크, 녹색금융, 암호화폐 등 새로운 금융 영역에서의 경쟁력 강화를 통해 이러한 도전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금융 기관 해외 이전
브렉시트 결정 이후, 다수의 금융 기관들은 EU 내 사업 연속성을 보장하기 위한 '비상계획'을 실행했습니다. JP모건,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씨티그룹 등 글로벌 대형 은행들은 파리, 프랑크푸르트, 더블린 등으로 일부 업무와 인력을 이전했습니다. EY의 브렉시트 트래커에 따르면, 2016년 이후 약 7,600명의 금융업 일자리가 영국에서 EU로 이전되었고, 자산 이전 규모는 약 1.3조 파운드(약 2,220조 원)에 달했습니다. 그러나 초기 예상보다는 적은 규모의 이동이 있었으며, 대부분의 기관들은 주요 의사결정 기능과 고위 경영진을 여전히 런던에 유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주목할 만한 변화는 주식 거래 시장에서 나타났습니다. 2021년 1월, 브렉시트 전환기간이 종료된 직후, 약 63억 유로 규모의 EU 주식 거래가 런던에서 암스테르담, 파리 등 EU 내 거래소로 이동했습니다. 이로 인해 암스테르담은 일시적으로 유럽 최대의 주식 거래 중심지로 부상하기도 했습니다.
규제 환경 재구성
브렉시트는 영국이 독자적인 금융 규제 체계를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영국 정부와 규제 당국은 '영국에 적합한(tailored for the UK)' 규제 접근법을 개발하여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면서도 금융 안정성을 보장하는 균형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2021년 발표된 '칼니 리뷰(Kalifa Review)'는 영국 핀테크 부문 강화를 위한 광범위한 권고사항을 제시했으며, '영국 금융서비스 미래 규제 프레임워크 검토'는 보다 민첩하고 성장 지향적인 규제 체계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영국은 규제적 자율성 추구와 EU와의 규제 조화 사이에서 복잡한 균형을 맞춰야 하는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너무 급격한 규제 분화는 EU 시장 접근성을 더욱 제한할 수 있는 반면, 지나친 규제 동조는 브렉시트의 중요한 목표였던 규제 주권 회복의 의미를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영국 금융당국은 국제 표준을 준수하면서도 영국 금융 산업의 특수성을 반영한 '개방적이고 글로벌한 금융 중심지'로서의 위치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노동시장과 인구 변동
이민 정책 변화
브렉시트의 가장 가시적인 변화 중 하나는 이민 제도의 근본적인 개혁이었습니다. 2021년 1월 1일부터 영국은 EU 시민권자에 대한 자유 이동 원칙을 종료하고, 모든 외국인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점수제 이민 시스템(Points-Based Immigration System)을 도입했습니다. 이 새로운 제도에서는 기술 수준, 영어 능력, 급여 수준, 자격증 등을 기준으로 이민자를 선별합니다. 특히 연간 수입 25,600파운드(약 4,360만 원) 이상, 학사 이상의 학력, 영어 능력 등이 주요 평가 기준이 되었습니다. 이는 고급 인력 유치에 초점을 맞춘 '글로벌 인재 유치' 전략의 일환이지만, 동시에 저숙련 노동자의 영국 진입을 제한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기존 EU 시민권자들에게는 EU 정착 제도(EU Settlement Scheme)를 통해 영국 내 거주 권리를 보장했습니다. 2021년 6월 30일까지 약 580만 명의 EU 시민이 이 제도에 등록했는데, 이는 당초 예상된 EU 시민 수보다 훨씬 많은 숫자였습니다. 이들에게는 '정착 지위(Settled Status)' 또는 '예비 정착 지위(Pre-settled Status)'가 부여되어 계속해서 영국에서 살고 일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되었습니다.
노동력 구조 재편
브렉시트는 영국 노동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촉발했습니다. 2016년 국민투표 이후, 특히 2020년 이후 EU에서 영국으로의 순 이민이 급격히 감소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도 있었지만, 브렉시트로 인한 불확실성과 새로운 이민 제한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습니다. 이는 특히 EU 노동자에 크게 의존해 온 특정 산업 분야에서 노동력 부족 현상을 초래했습니다. 건설업, 물류, 접객업, 식품 가공, 간병 및 의료, 농업 등의 분야가 가장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예를 들어, 2021년에는 약 10만 명의 트럭 운전사 부족 현상이 발생하여 공급망 차질과 연료 부족 문제로 이어졌습니다.
이러한 노동력 부족에 대응하여 영국 기업들은 자동화 증대, 임금 인상, 근로 조건 개선 등의 전략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정부 차원에서는 단기적으로 특정 산업(예: 식품 산업, 운송업)에 한시적 비자를 제공하는 임시 조치를 취하기도 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국내 인력의 기술 향상과 재교육을 통해 노동시장 불균형을 해소하려는 정책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영국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적응력을 시험하는 중요한 도전이 되고 있습니다.
EU 국적 근로자 상황
브렉시트는 영국에 거주하는 약 350만 명의 EU 국적자들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EU 정착 제도를 통해 법적 지위는 보장받았지만, 많은 EU 시민들이 사회적 소속감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경험했습니다. 여러 설문조사에 따르면, 상당수의 EU 시민들이 브렉시트 이후 영국에서 덜 환영받는다고 느끼며, 일부는 차별이나 적대감을 경험했다고 보고했습니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 변화는 일부 EU 시민들이 본국이나 다른 EU 국가로 돌아가는 결정을 내리는 데 영향을 미쳤습니다.
특히 동유럽 출신 근로자들의 귀환이 두드러졌습니다. 폴란드, 루마니아, 불가리아 등의 국가에서 온 근로자들 중 상당수가 영국을 떠났으며, 이는 이들 국가의 경제 성장과 임금 상승, 그리고 브렉시트로 인한 불확실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였습니다. 반면, 영국에 장기 거주한 EU 시민들, 특히 가족이 형성되어 있거나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잔류를 선택했습니다. 이러한 선별적 이주 패턴은 영국 내 EU 출신 인구 구성의 변화를 가져왔으며, 저숙련 부문의 노동력 감소와 고숙련 인재 유지라는 이중적 현상으로 나타났습니다.
국제 정치외교 관계 재구성
EU와의 관계 변화
브렉시트 이후 영국과 EU의 관계는 근본적인 재구성 과정을 겪고 있습니다. 양측은 무역협력협정(TCA)을 통해 경제 관계의 기본 틀을 설정했지만, 정치적 협력 메커니즘은 상대적으로 발전이 더딘 상황입니다. EU 회원국 시절 영국은 유럽이사회, 각료이사회, 유럽의회 등 EU의 모든 의사결정 기구에 참여할 수 있었지만, 현재는 이러한 공식 채널이 사라지고 양자 외교 관계로 대체되었습니다. 이는 영국의 EU 정책 결정에 대한 영향력 감소를 의미합니다. 특히 '북아일랜드 의정서' 관련 갈등과 어업권 분쟁 등 민감한 이슈들은 양측 관계에 지속적인 긴장 요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국과 EU는 지리적 근접성, 경제적 상호의존성, 공유된 가치와 이해관계로 인해 긴밀한 협력이 불가피합니다. 특히 기후변화, 국제 안보, 대테러, 불법이민 등 초국가적 도전에 대응하기 위한 협력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보여준 영국과 EU의 공조는 안보 분야에서의 지속적인 협력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장기적으로 영국-EU 관계는 경쟁과 협력이 공존하는 복합적 관계로 발전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글로벌 외교 전략 조정
브렉시트는 영국의 글로벌 외교 전략에도 중대한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영국 정부는 'Global Britain'이라는 비전 아래 EU를 넘어선 더 넓은 세계와의 관계 강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2021년 발표된 '통합 검토(Integrated Review)'는 이러한 접근법의 청사진을 제시했으며, 인도-태평양 지역으로의 '기울기(tilt)'를 강조했습니다. 이는 아시아의 경제적 중요성 증가와 중국의 부상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결정으로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영국은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가입 신청, 호주 및 뉴질랜드와의 FTA 체결, AUKUS 안보 협정 참여 등을 통해 이 지역에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미국과의 '특별한 관계' 역시 브렉시트 이후 영국 외교의 핵심 축으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초기 우려와 달리, 양국은 기후변화, 국제 안보, 중국 정책 등에서 긴밀한 협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다만, 영미 FTA 협상은 당초 기대보다 진전이 더디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영국은 또한 영연방 국가들과의 관계 강화에도 주력하고 있으며, 특히 인도와의 경제적, 전략적 협력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다각적인 외교 노력은 EU 탈퇴로 인한 국제적 영향력 감소를 상쇄하기 위한 시도로 볼 수 있습니다.
새로운 국제 파트너십 모색
브렉시트 이후 영국은 다양한 형태의 새로운 국제 파트너십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습니다. 다자주의 측면에서는 G7, G20, NATO, WTO 등 주요 국제기구에서의 역할을 강화하는 한편, 영국이 의장국을 맡은 2021년 G7 정상회의와 COP26 기후변화회의를 통해 글로벌 리더십을 과시하였습니다. 특히 기후변화 대응, 국제 보건, 사이버 안보 등의 분야에서 영국은 규범 설정자(norm-setter)로서의 역할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지역적으로는 중동과 아프리카에서도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걸프협력회의(GCC) 국가들과의 무역 협상을 진행 중이며, 아프리카 대륙과의 경제 협력도 확대하고 있습니다. 안보 측면에서는 '틸트 투 인도-퍼시픽' 전략의 일환으로 영국 항공모함 퀸 엘리자베스호를 아시아 지역에 파견하는 등 군사적 존재감도 확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다각적인 파트너십 구축 노력은 '글로벌 브리튼'이 단순한 구호가 아닌 실질적인 외교 전략으로 구체화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영국의 제한된 자원과 다양한 국제적 도전을 고려할 때, 이러한 글로벌 야망의 현실적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산업별 세부 영향 분석
제조업 변화
영국 제조업은 브렉시트로 인한 무역 장벽 증가, 공급망 복잡성 증대, 노동력 접근성 제한 등 다중적 도전에 직면했습니다. 특히 자동차 산업은 상당한 타격을 받았습니다. 영국에서 생산되는 자동차의 약 80%가 수출되며, 이 중 절반 이상이 EU 시장으로 향하는 상황에서, 무역협력협정(TCA)에 따른 원산지 규정은 중요한 변수가 되었습니다. 이 규정에 따르면 2024년부터 전기차 배터리의 상당 부분이 영국 또는 EU에서 생산되어야 하며, 이를 충족하지 못할 경우 10%의 관세가 부과됩니다. 이에 스텔란티스, BMW 등 주요 자동차 제조사들은 공급망 재구성과 영국 내 배터리 생산 투자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항공우주 산업 역시 중요한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영국은 더 이상 유럽항공안전청(EASA)의 회원국이 아니므로, 영국 민간항공국(CAA)이 독자적인 인증 체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이는 에어버스와 롤스로이스 같은 기업들에게 이중 인증의 부담을 안겼습니다. 의약품 산업에서는 영국 의약품건강관리제품규제청(MHRA)이 유럽의약품청(EMA)에서 독립하여 자체 의약품 승인 절차를 시행하고 있으며, 코로나19 백신 승인 과정에서 보다 신속한 승인 체계의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농업 및 수산업 영향
영국 농업은 브렉시트 이후 EU 공동농업정책(CAP)에서 벗어나 '공공재에 대한 공적 자금 지원'이라는 새로운 원칙에 기반한 환경 토지 관리 제도(ELMS)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토지 면적 기준 보조금에서 환경 보호, 생물 다양성 증진, 탄소 저감 등 공익적 성과에 대한 보상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새로운 지원 체계로의 전환 과정에서 농가 소득의 불확실성이 증가했으며, 특히 EU 노동자에 의존해 온 과일, 채소, 화훼 농가는 계절 노동자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영국 수산업은 브렉시트의 상징적 산업으로 자주 언급되었으며, 영국 해역에 대한 통제권 회복이라는 측면에서 승리를 거둔 것으로 평가받습니다. 그러나 실질적인 혜택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무역협력협정에서 EU 어선의 영국 해역 접근권이 5.5년간 점진적으로만 감소하도록 합의되었으며, 영국산 수산물의 주요 시장인 EU로의 수출 과정에서 위생 검사, 통관 지연 등의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활 갑각류(랍스터, 게 등)를 수출하는 업체들은 운송 지연으로 인한 손실을 경험했으며, 스코틀랜드 연어 양식업체들도 유사한 어려움을 보고했습니다.
서비스 산업 대응 전략
영국 GDP의 약 80%를 차지하는 서비스 산업은 브렉시트로 인한 시장 접근성 제한에 다양한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금융 서비스 부문의 여러 기업들은 EU 내 사업 연속성을 위해 파리, 프랑크푸르트, 더블린, 암스테르담 등에 보조 사무소를 설립했습니다. 법률 서비스의 경우, 영국 법률 회사들은 아일랜드 변호사 자격증 취득이나 EU 내 지사 설립 등을 통해 EU 법원에서의 대리권을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컨설팅, 광고, 건축 등 전문 서비스 분야에서도 EU 내 자회사 설립이나 현지 파트너십 강화가 주요 대응 전략으로 채택되고 있습니다.
영국 창조 산업은 특히 복잡한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음악, 영화, 공연 예술 등의 분야는 EU 내 투어와 이동에 새로운 비자 요건과 장비 운송에 까다로운 통관 절차가 적용되어 비용 증가와 일정 복잡성이 발생했습니다. 영국 정부는 이러한 창조 산업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개별 EU 회원국과의 양자 협상을 진행 중이지만, EU 차원의 포괄적 해결책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습니다. 전반적으로 서비스 산업은 법적·규제적 복잡성 증가에 대응하여 비즈니스 모델 다각화, 디지털 전환 가속화, 새로운 시장 개척 등 다양한 적응 전략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법률 및 규제 환경 변화
EU 법규와의 분리
브렉시트의 가장 근본적인 법적 변화는 영국이 EU 법체계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법적 주권을 회복한 것입니다. 이러한 전환을 관리하기 위해 영국은 2018년 EU 탈퇴법(EU Withdrawal Act)을 제정했습니다. 이 법은 브렉시트 시점에 존재하던 모든 EU 법규를 영국 국내법으로 자동 전환하여 '유지된 EU 법(retained EU law)'으로 분류했습니다. 이는 법적 공백을 방지하고 규제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조치였습니다. 2023년 기준으로 약 4,000개 이상의 EU 유래 법규가 영국 법체계에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러나 영국 정부는 점진적으로 이러한 유지된 EU 법을 재검토하고 영국의 필요에 맞게 변경하거나 폐지하는 과정을 진행 중입니다. 2023년 1월 발표된 '유지된 EU 법(폐지 및 개혁) 법안'은 대부분의 유지된 EU 법을 2023년 말까지 자동 폐지하는 '일몰 조항'을 포함하여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시민사회 단체와 기업들은 이러한 급진적 접근이 법적 불확실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으며, 정부는 결국 이 일몰 조항의 범위를 대폭 축소했습니다. 법규 검토 과정은, 특히 노동권, 환경 보호, 소비자 권리 등의 분야에서 사회적 논쟁을 촉발하고 있습니다.
국내 법체계 재정비
브렉시트는 영국의 입법 및 사법 시스템에도 중요한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영국 의회는 EU 회원국 시절 많은 분야에서 EU에 위임했던 입법 권한을 되찾았으며, 이는 웨스트민스터 의회와 지방 의회의 업무량과 책임 증가로 이어졌습니다. 특히 농업, 환경, 어업, 무역 등 전통적으로 EU 차원에서 관리되던 정책 분야에서 새로운 국내 법체계 구축이 필요해졌습니다. 이에 따라 영국 정부는 농업법(2020), 환경법(2021), 어업법(2020) 등 일련의 주요 법안을 제정했습니다.
사법 체계에도 중대한 변화가 있었습니다. 영국 법원은 더 이상 유럽사법재판소(CJEU)의 구속을 받지 않게 되었습니다. 영국 대법원과 상급 법원은 브렉시트 이전의 CJEU 판례를 참고할 수 있지만 따를 의무는 없으며, 새로운 CJEU 판결은 더 이상 영국에 직접적 효력이 없습니다. 다만, 북아일랜드 의정서에 따라 북아일랜드에서는 특정 EU 법규가 계속 적용되며 이와 관련된 분쟁에서는 CJEU가 여전히 관할권을 가집니다. 이러한 이중적 법체계는 영국의 법적 통일성에 대한 도전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규제 프레임워크
브렉시트는 영국이 독자적인 규제 체계를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영국 정부는 '규제적 자율성'을 브렉시트의 핵심 이점 중 하나로 강조하며, 더 유연하고 혁신 친화적인 규제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습니다. 이는 특히 금융 서비스, 생명과학, 인공지능, 데이터 보호 등의 분야에서 두드러집니다. 예를 들어, 임상시험 규제 개혁, 유전자 편집 작물 규제 완화, 금융 서비스 규제 검토 등이 진행 중입니다.
그러나 영국은 규제 자율성과 국제 표준 준수 사이에서 미묘한 균형을 맞춰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너무 급격한 규제 분화는 주요 교역 파트너인 EU와의 무역 마찰을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실제로 영국-EU 무역협력협정은 '공정한 경쟁의 장(level playing field)' 조항을 포함하고 있으며, 이는 영국이 경쟁 우위를 위해 규제 기준을 지나치게 낮추는 것을 견제하는 장치입니다. 또한 글로벌 기업들은 영국만을 위한 별도 규제 준수에 따른 추가 비용을 우려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영국 정부는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규제 선도국(internationally respected regulatory sovereign)'이라는 비전 아래, 혁신을 촉진하면서도 국제 표준과의 조화를 유지하는 접근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북아일랜드 특별 상황
국경 문제
북아일랜드는 브렉시트 과정에서 가장 복잡하고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 중 하나였습니다. 핵심 쟁점은 아일랜드 섬 내 물리적 국경 통제를 피하는 동시에 EU 단일시장의 무결성을 보호하는 방법이었습니다. 1998년 벨파스트 협정(굿프라이데이 협정)은 아일랜드 섬 내 '보이지 않는 국경'을 보장했으며, 이는 30년간의 '트러블스(The Troubles)' 종식에 중요한 요소였습니다. 영국과 EU는 이 평화 협정의 중요성을 인정하며, 아일랜드 섬 내 검문소 설치를 피하기로 합의했습니다.
그 대안으로 2019년 합의된 '북아일랜드 의정서'는 북아일랜드가 영국 관세 영역에 남아있되, EU 단일시장 규정을 계속 따르는 특수한 지위를 갖도록 했습니다. 이에 따라 북아일랜드와 영국 본토 사이의 아일랜드해에 사실상의 규제 및 통관 국경이 생겨났습니다. 이는 영국에서 북아일랜드로 이동하는 상품에 대한 검사와 서류 작업을 요구하게 되었고, 특히 농산물과 식품에 대한 엄격한 위생 검역 조치가 적용되었습니다. 이러한 '아일랜드해 국경'은 북아일랜드와 영국 본토 간의 경제적, 심리적 분리감을 증가시켰으며, 특히 북아일랜드 내 통합주의자(유니어니스트) 커뮤니티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켰습니다.
평화 협정 영향
브렉시트와 북아일랜드 의정서는 미묘한 균형 위에 서 있는 북아일랜드 평화 프로세스에 새로운 도전을 가져왔습니다. 통합주의자들은 북아일랜드가 영국 나머지 지역과 다르게 취급되는 것에 깊은 우려를 표명했으며, 의정서가 그들의 영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약화시킨다고 느꼈습니다. 주요 통합주의 정당인 민주통합당(DUP)은 의정서에 대한 항의로 2022년 2월부터 2023년 6월까지 북아일랜드 자치정부 구성을 거부했습니다. 이는 1998년 이후 구축된 권력 공유 시스템의 가장 심각한 위기 중 하나였습니다.
반면, 민족주의자(내셔널리스트) 커뮤니티와 중도 정당들은 대체로 의정서를 지지했습니다. 그들은 북아일랜드가 EU 단일시장에 계속 접근할 수 있는 특별한 지위가 경제적 이점을 제공한다고 보았습니다. 실제로 북아일랜드는 영국 내에서 유일하게 EU 단일시장과 영국 시장 모두에 접근할 수 있는 '최상의 두 세계(best of both worlds)' 상황을 누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분열된 반응은 북아일랜드 사회 내 깊은 정체성 갈등을 반영합니다. 다행히 2023년 2월 영국과 EU 간 합의된 '윈저 프레임워크'는 의정서 운영의 실용적 개선을 통해 긴장을 완화하고 정치적 안정성을 회복하는 데 기여했습니다.
지역 특수성 대응
북아일랜드의 특수한 지위는 경제적 기회와 도전을 동시에 가져왔습니다. 한편으로는 EU와 영국 시장 모두에 접근할 수 있는 독특한 이점이 투자 유치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실제로 2021년 이후 북아일랜드로의 투자 관심이 증가했으며, 특히 제조업과 물류 분야에서 이러한 경향이 두드러졌습니다. 북아일랜드 통계청 데이터에 따르면, 2021-2022년 북아일랜드 경제는 영국 본토보다 더 빠른 회복세를 보였으며, 특히 아일랜드 공화국과의 교역이 크게 증가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기회와 함께 여러 도전도 존재합니다. 북아일랜드 기업들은 영국 본토에서 물품을 들여올 때 추가적인 서류 작업과 비용 부담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특히 중소기업들은 이러한 새로운 무역 장벽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또한 북아일랜드는 향후 영국과 EU의 규제가 점점 더 분화될 경우 '규제 분기점(regulatory divergence)'의 최전선에 놓이게 될 것입니다. 이에 대응하여 영국 정부와 EU는 윈저 프레임워크를 통해 '녹색 통로(green lane)'와 '적색 통로(red lane)' 시스템을 도입하여 북아일랜드에서만 소비될 상품과 EU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는 상품을 구분하고, 전자에 대한 검사와 서류 요건을 크게 간소화했습니다. 이러한 실용적 접근법은 북아일랜드의 특수 상황을 관리하는 데 있어 중요한 진전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교육 및 연구 분야 변화
학술 교류 제한
브렉시트는 영국과 EU 간의 오랜 학술 교류 관계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33년간 지속된 에라스무스(Erasmus) 학생 교환 프로그램에서 영국의 탈퇴입니다. 에라스무스는 매년 약 15,000명의 영국 학생들에게 EU 국가에서 공부할 기회를 제공했으며, 약 30,000명의 EU 학생들이 영국에서 수학했습니다. 영국 정부는 이 프로그램의 비용 대비 효과와 세계적 범위를 이유로 참여를 중단하고, 대신 2021년 9월부터 '튜링 계획(Turing Scheme)'이라는 독자적인 글로벌 교환 프로그램을 시작했습니다. 튜링 계획은 연간 약 4,000만 파운드의 예산으로 전 세계 150개국으로 영국 학생들을 파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튜링 계획은 몇 가지 중요한 차이점이 있습니다. 에라스무스와 달리 튜링은 상호성에 기반하지 않아 외국 학생들의 영국 방문을 지원하지 않으며, 외국어 학습 지원과 같은 추가 혜택도 제공하지 않습니다. 또한 에라스무스가 제공하던 인턴십, 직원 교환, 청소년 활동 등의 광범위한 기회도 포함되지 않습니다. 이에 대해 영국 대학들은 우려를 표명했으며, 특히 웨일스와 스코틀랜드 정부는 에라스무스 프로그램 복귀를 옹호했습니다. 스코틀랜드는 심지어 에라스무스에 독자적으로 재가입하는 방안을 모색하기도 했습니다.
연구 자금 변화
브렉시트의 또 다른 중요한 영향은 EU 연구 프로그램 참여와 관련된 불확실성입니다. 영국은 EU의 연구 및 혁신 프로그램인 '호라이즌(Horizon)'의 주요 수혜국이었습니다. 이전 프로그램인 호라이즌 2020에서 영국은 약 70억 유로(약 11조 원)의 연구 자금을 지원받았으며, 이는 총 예산의 약 12.1%에 해당했습니다. 영국-EU 무역협력협정은 영국이 호라이즌 유럽, 코페르니쿠스, 유라톰 연구 등의 EU 프로그램에 '제3국'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었지만, 북아일랜드 의정서를 둘러싼 갈등으로 인해 이 합의의 실행이 2년 이상 지연되었습니다.
2023년 9월, 영국은 마침내 호라이즌 유럽 프로그램에 준회원국(associate member)으로 가입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는 영국 연구자들이 2027년까지 약 800억 유로 규모의 세계 최대 연구 프로그램에 완전히 참여할 수 있게 되었음을 의미합니다. 이 기간 동안 영국은 매년 약 25억 파운드의 분담금을 납부하게 됩니다. 그러나 브렉시트로 인한 2년 이상의 불확실성은 이미 영국 연구 커뮤니티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많은 영국 연구자들이 EU 협력 프로젝트에서 배제되었고, 일부 선도적인 과학자들은 EU 내 직위를 위해 영국을 떠나기도 했습니다. 영국 왕립협회(Royal Society)의 분석에 따르면, 2015-2020년 사이 영국은 EU 연구 자금의 약 22%가 감소했으며, EU 국가와의 공동 연구 논문 비율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제 학술 협력 재편
브렉시트는 영국 대학들이 국제 협력 관계를 다각화하고 재편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많은 영국 대학들은 EU를 넘어선 글로벌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전략을 채택했습니다. 특히 미국, 호주, 캐나다, 인도, 싱가포르, 일본 등 주요 연구 중심국들과의 양자 협력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옥스퍼드대학은 프린스턴대학과 전략적 협력 관계를 강화했고,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은 MIT와의 교류를 확대했습니다. 또한 로잘린드 프랭클린 연구소, 앨런 튜링 인스티튜트 등 영국 내 신규 연구 기관 설립과 국내 연구 인프라 강화도 정부의 중요한 전략으로 추진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대안적 협력 관계가 지리적 근접성, 공유된 연구 문화, 수십 년에 걸쳐 구축된 네트워크 등 EU와의 특별한 관계를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특히 EU 회원국과의 인적 교류 감소는 장기적으로 영국의 글로벌 연구 경쟁력에 도전이 될 수 있습니다. 이미 영국 대학들은 EU 출신 학생 지원자 감소와 교직원 채용의 어려움을 보고하고 있습니다. EU 학생들은 브렉시트 이후 영국 학생과 동일한 수준의 등록금을 내야 하며, 학생 대출 접근권도 상실했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2021년에는 영국 대학에 지원한 EU 학생 수가 전년 대비 4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영국 고등교육의 국제적 다양성과 재정 건전성에 도전 요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기업 대응 전략
기업들의 구조 조정
브렉시트는 영국에서 활동하는 기업들에게 사업 모델과 운영 구조를 근본적으로 재고하도록 요구했습니다. 많은 다국적 기업들은 EU 단일시장 접근을 유지하기 위해 조직 구조를 조정했습니다. 금융 서비스 분야에서는 JP모건, 골드만삭스, HSBC 등이 일부 업무와 자산을 프랑크푸르트, 파리, 더블린 등 EU 도시로 이전했습니다. 제조업 분야에서도 중요한 변화가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에어버스는 영국 공장의 역할을 재검토했으며, 혼다는 2021년 영국 스윈던 공장 폐쇄를 결정했습니다(비록 회사는 이것이 브렉시트보다 글로벌 전략 변화에 따른 결정이라고 설명했지만, 타이밍은 주목할 만합니다).
그러나 모든 기업이 영국을 떠난 것은 아닙니다. 많은 기업들이 영국 내 운영을 유지하면서 무역 장벽 관리를 위한 추가 자원을 투입했습니다. 이는 통관 전문가 고용, 규제 준수팀 확대, 공급망 다양화 등의 형태로 나타났습니다. 영국에 강한 시장 기반을 가진 소매업체들은 EU 공급망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조달 전략을 조정했습니다. 예를 들어, 마크스 앤 스펜서는 EU에서 영국으로의 식품 수입 복잡성을 줄이기 위해 아일랜드 내 공급업체 네트워크를 확대했습니다. 또한 일부 기업들은 브렉시트를 계기로 디지털 전환과 자동화를 가속화하여 노동력 부족과 비용 증가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브렉시트는 기업들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시장 접근 전략을 개발하도록 촉진했습니다. EU와의 무역 마찰 증가에 대응하여, 많은 기업들이 '듀얼 엔티티(dual entity)' 구조를 채택했습니다. 이는 영국과 EU 내 법인을 모두 설립하여 각 시장에서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영국 이커머스 기업들은 네덜란드나 독일에 유럽 물류 거점을 설립하여 EU 고객에 대한 원활한 서비스를 유지하는 동시에, 영국에서는 별도의 운영 체계를 갖추는 전략을 취했습니다.
일부 기업들은 브렉시트를 기회로 활용하여 글로벌 시장으로의 확장을 가속화했습니다. 특히 영국 정부가 추진 중인 새로운 무역 협정을 활용하여 인도, 일본, 호주 등 성장하는 아시아-태평양 시장에 진출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습니다. 디스틸러리, 럭셔리 브랜드, 첨단 제조업체 등은 'Made in Britain' 브랜드의 글로벌 가치를 활용한 마케팅 전략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또한 영국 내 기업들은 규제 환경 변화에 대응하여 보다 유연하고 적응력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생명과학, 핀테크, 녹색 에너지 분야에서는 영국의 독자적 규제 체계가 제공할 수 있는 기회를 활용하기 위한 혁신적 접근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불확실성 대응 방안
브렉시트 과정에서 기업들이 직면한 가장 큰 도전 중 하나는 지속적인 불확실성이었습니다. 영국-EU 무역협력협정이 체결된 후에도 많은 세부 사항이 미해결된 상태로 남아 있었으며, 특히 서비스 무역, 데이터 이동, 전문 자격 인정 등의 분야에서 불확실성이 계속되었습니다. 이에 대응하여 기업들은 다양한 리스크 관리 전략을 개발했습니다. 대기업들은 브렉시트 전담 팀을 구성하여 규제 변화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신속하게 대응하는 체계를 갖추었습니다. 중소기업들은 산업 협회, 상공회의소, 정부 지원 프로그램 등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집단적 대응 방안을 모색했습니다.
또한 많은 기업들이 '탄력적 공급망(resilient supply chains)' 구축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이는 단일 공급원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재고 수준을 높이며, 대체 운송 경로를 개발하는 등의 전략을 포함합니다. 영국 제조업체들 중 일부는 '리쇼어링(reshoring)'을 통해 주요 부품의 국내 생산을 확대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장기적인 전략 수립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은 '실시간 대응(real-time response)' 접근법을 채택했습니다. 이는 정치적, 규제적 환경의 변화에 신속하게 적응할 수 있는 조직적 민첩성을 키우는 데 중점을 둡니다. 브렉시트의 불확실성은 많은 영국 기업들이 위기 대응 역량을 향상시키는 계기가 되었으며, 이러한 역량은 코로나19 팬데믹과 같은 후속 위기 상황에서도 유용하게 활용되었습니다.
소비자 영향
물가 변동
브렉시트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영국 소비자 물가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가장 직접적인 영향은 2016년 국민투표 직후 나타난 파운드화 가치 하락이었습니다. 파운드화는 국민투표 이전 대비 약 15% 평가절하되었고, 이는 수입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습니다. 영국 소비재의 약 30%가 수입되는 상황에서, 이러한 환율 효과는 소비자 물가지수(CPI)를 약 2.9% 상승시킨 것으로 추정됩니다. 특히 식품 가격에 미친 영향이 컸습니다. 영국은 식품의 약 40%를 수입하며, 그중 70% 이상이 EU에서 옵니다. 파운드화 약세에 더해, 2021년 이후 도입된 비관세 장벽(통관 절차, 위생 검역 요건 등)은 식품 수입 비용을 추가로 증가시켰습니다.
런던경제대학(LSE)의 연구에 따르면, 브렉시트로 인한 무역 장벽은 2020-2021년 동안 식품 가격을 약 6% 상승시킨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계절적 신선 식품, 유제품, 육류 등의 가격 상승이 두드러졌습니다. 비식품 분야에서도 전자제품, 의류, 가구 등 수입 의존도가 높은 품목들의 가격이 상승했습니다. 다만, 이러한 브렉시트 영향은 2022-2023년 글로벌 인플레이션 급등과 맞물려 더욱 증폭되었으며, 에너지 가격 상승, 공급망 차질 등 다른 요인들과 함께 작용하여 '생활비 위기(cost of living crisis)'를 심화시켰습니다. 영국 통계청(ONS)에 따르면, 2023년 상반기 기준 영국의 식품 인플레이션은 EU 평균보다 약 1.5-2% 포인트 높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소비 패턴 변화
소비자 물가 상승과 경제적 불확실성 증가는 영국인들의 소비 패턴을 변화시켰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가치 지향적 소비(value-oriented consumption)로의 전환입니다. 많은 소비자들이 고가 브랜드에서 중저가 브랜드로 이동하는 '다운트레이딩(downtrading)' 현상을 보였으며, 이는 알디(Aldi)와 리들(Lidl) 같은 디스카운트 슈퍼마켓의 시장 점유율 증가로 이어졌습니다. 2016년부터 2023년 사이 이들 디스카운트 체인의 영국 시장 점유율은 8.5%에서 17.3%로 두 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또한 소비자들은 특별 할인, 적립 프로그램, 자체 브랜드 제품 등을 통해 가계 예산을 최적화하는 '스마트 쇼핑' 행동을 강화했습니다.
다른 주목할 만한 변화는 온라인 쇼핑으로의 더 빠른 전환입니다. 비록 이러한 추세는 브렉시트 이전부터 존재했지만, 브렉시트와 코로나19 팬데믹이 이를 가속화했습니다. 특히 EU로부터의 직접 구매가 관세 및 부가가치세 부과로 인해 덜 매력적이 되면서, 영국 소비자들은 대안적 쇼핑 채널과 로컬 옵션을 더 많이 이용하게 되었습니다. 동시에 윤리적, 지속가능한 소비에 대한 관심도 증가했습니다. 'Buy British' 캠페인이 활발해졌으며, 일부 소비자들은 식품 안전, 동물 복지, 환경 기준 등에 대한 우려로 국내산 제품을 선호하기 시작했습니다. 영국 농산물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으며, 로컬 푸드 마켓, 농장 직판장 등이 인기를 끌었습니다.
생활 수준 영향
브렉시트가 영국인들의 전반적인 생활 수준에 미친 영향을 평가하는 것은 복잡한 과제입니다. 가장 직접적으로 측정 가능한 영향은 가계 구매력의 변화입니다. 영국 재정연구소(IFS)에 따르면, 브렉시트로 인한 물가 상승, 임금 성장 둔화, 파운드화 가치 하락 등의 요인으로 인해 평균적인 영국 가구는 2016년 이후 연간 약 2,000-3,000파운드(약 340-510만 원)의 실질 소득 손실을 경험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는 국민투표 이전 예측된 경제 성장 경로와 비교했을 때의 손실로, 물론 이 손실이 브렉시트만의 영향인지 분리하기는 어렵습니다.
브렉시트의 영향은 사회경제적 그룹과 지역에 따라 차별화되어 나타났습니다. 저소득층은 식품 및 기본 생필품 가격 상승에 더 취약했으며, 이는 식품 빈곤(food poverty) 증가로 이어졌습니다. 영국 식품재단(Food Foundation)에 따르면, 2016년 이후 식품 불안정성(food insecurity)을 경험하는 가구 비율이 증가했으며, 특히 아동이 있는 저소득 가정에서 이러한 경향이 두드러졌습니다. 지역적으로는 EU와의 무역 의존도가 높은 북동부 잉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 등의 지역이 상대적으로 더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반면, 금융 및 비즈니스 서비스 중심인 런던 및 남동부 지역은 상대적으로 적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생활 수준의 질적 측면에서도 변화가 있었습니다. EU 시민들의 자유로운 이동 제한으로 인해 의료, 간병, 환대 산업 등 특정 서비스 분야에서 인력 부족이 발생했으며, 이는 서비스 질 저하와 대기 시간 증가로 이어진 경우가 있었습니다. 또한 여행, 취업, 유학 등과 관련된 EU 시민으로서의 권리 상실은 특히 젊은 세대의 기회 감소로 인식되었습니다. 반면, 일부 산업에서는 EU 노동자 감소로 인한 임금 상승 효과가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전반적으로 브렉시트는 영국 소비자들에게 단기적인 비용 증가와 다양한 적응 과제를 가져왔으며, 장기적 영향은 여전히 진행 중인 것으로 평가됩니다.
장기 경제 전망
GDP 예측
브렉시트가 영국 GDP에 미치는 장기적 영향은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지속적인 논쟁의 대상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주요 경제 기관들은 브렉시트가 영국 경제 성장을 둔화시킬 것이라는 전망에 동의합니다. 영국 예산책임청(OBR)은 2022년 3월 보고서에서 브렉시트로 인해 영국의 장기 생산성이 약 4%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이는 무역 감소, 투자 위축, 노동 공급 제약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영국 중앙은행(Bank of England)도 유사한 전망을 제시했으며, 국제통화기금(IMF)은 2023년 평가에서 브렉시트가 영국의 잠재 성장률을 약 0.5%p 낮출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산업별 영향은 차별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금융 서비스, 자동차, 항공우주, 화학 등 EU와의 연결성이 중요한 산업들은 상대적으로 더 큰 도전에 직면할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디지털 경제, 생명과학, 신재생 에너지 등 영국이 경쟁력을 갖춘 성장 산업들은 글로벌 시장에서의 기회 확대를 통해 이러한 영향을 일부 상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영국의 새로운 무역 협정과 규제 자율성이 이러한 산업에 어떤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지가 중요한 변수가 될 것입니다.
지역적으로는 영국 내 경제적 불균형이 더욱 심화될 위험이 있습니다. 런던경제대학(LSE)의 연구에 따르면, EU 시장 의존도가 높은 북동부 잉글랜드, 미들랜즈, 웨일스 등의 지역이 브렉시트로 인한 GDP 손실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정부의 '레벨링 업(Leveling Up)' 정책이 이러한 지역적 격차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을지가 향후 영국 경제의 균형적 발전에 중요한 요소가 될 것입니다.
투자 전망
브렉시트는 영국의 투자 환경에 복합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2016년 국민투표 이후 불확실성 증가로 인해 기업 투자가 위축되었습니다. 영국 통계청(ONS) 데이터에 따르면, 2016-2019년 영국의 기업 투자는 다른 G7 국가들에 비해 약 11%p 낮은 성장률을 보였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과 브렉시트 전환기간 종료가 겹친 2020-2021년에도 이러한 추세가 이어졌으며, OECD 국가 중 영국의 투자 회복 속도는 상대적으로 더디게 나타났습니다.
해외직접투자(FDI) 측면에서도 중요한 변화가 있었습니다. EU 단일시장 접근을 위해 영국에 투자했던 다국적 기업들 중 일부는 투자 계획을 재고하거나 EU 내 대안적 위치로 자원을 이동시켰습니다. 실제로 영국 국제무역부(DIT)의 데이터에 따르면, 2016년 이후 영국으로의 그린필드 FDI 프로젝트 수는 감소 추세를 보였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러한 추세가 일부 반전되는 조짐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2021-2022년 영국은 유럽에서 가장 많은 FDI 프로젝트를 유치했으며, 특히 기술, 신재생 에너지, 생명과학 등의 분야에서 상당한 투자를 끌어들였습니다.
장기적인 투자 전망은 영국 정부의 정책 방향에 크게 영향을 받을 것입니다. '글로벌 브리튼' 비전 하에 추진 중인 규제 개혁, 연구개발 지원 확대, 기업 친화적 세제 등이 성공적으로 실행된다면 투자 매력도 회복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정부가 중점을 두고 있는 인공지능, 청정 에너지, 첨단 제조업 등 미래 산업에 대한 전략적 투자는 중요한 성장 동력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새로운 기회가 EU 시장 접근성 감소로 인한 투자 손실을 완전히 상쇄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확실합니다.
경제 성장 시나리오
브렉시트 이후 영국 경제의 장기적 성장 경로는 여러 요인에 따라 다양한 시나리오로 전개될 수 있습니다. 낙관적 시나리오에서는 영국이 규제 자율성, 독자적 무역 정책, 글로벌 경제 관계 다각화 등의 이점을 성공적으로 활용하여 혁신과 생산성 중심의 성장 모델을 구축할 수 있습니다. 런던의 금융 중심지 위상 유지, 핀테크, 생명과학, 창조 산업 등의 강점을 기반으로 글로벌 지식 경제에서 선도적 위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인도, 아세안, 걸프 국가 등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과의 무역 확대가 EU 시장 접근성 제한으로 인한 손실을 상당 부분 상쇄할 수 있을 것입니다.
보수적 시나리오에서는 무역 장벽, 규제 복잡성, 노동 공급 제약 등의 요인이 영국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EU와 같은 중요한 시장과의 무역 마찰은 장기적으로 영국 기업의 수출 성과와 글로벌 가치 사슬 참여를 제한할 수 있습니다. 특히 브렉시트의 주요 목표 중 하나였던 이민 통제가 의도치 않게 기술 부족(skills shortage)을 심화시키고 노동시장 유연성을 감소시켜 성장 잠재력을 제약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시나리오에서는 영국의 장기 경제 성장률이 역사적 평균과 비교하여 0.5-1.0%p 낮은 수준에서 유지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가장 현실적인 시나리오는 이러한 극단적 전망 사이의 어딘가에 위치할 것입니다. 영국 경제는 초기의 조정 비용과 구조적 변화를 겪은 후, 점진적으로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산업별, 지역별로 차별화된 영향이 나타날 것이며, 적응력과 혁신 역량이 높은 부문이 상대적으로 더 빠르게 회복하고 성장할 것입니다. 다만, 이러한 전망은 글로벌 경제 환경, 기술 변화, 기후 위기 대응 등 브렉시트 외적 요인들과도 복합적으로 상호작용할 것입니다. 궁극적으로 영국의 장기 경제 성장은 브렉시트라는 초기 조건보다는 이러한 변화된 환경에 얼마나 효과적으로 적응하고 새로운 기회를 창출해 나가는가에 더 크게 좌우될 것입니다.
글로벌 컨텍스트에서의 브렉시트
국제 경제 질서 변화
브렉시트는 단순히 영국-EU 관계의 변화를 넘어, 보다 넓은 글로벌 경제 질서의 변화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이는 세계화의 성격이 변화하는 시점에 발생했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제 무역과 투자 흐름의 성장이 둔화되었으며, 여러 국가에서 자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적 경향이 강화되었습니다. 브렉시트는 이러한 '슬로벌라이제이션(slowbalisation)' 또는 '탈세계화(de-globalisation)' 추세의 일부로 볼 수 있습니다. 영국의 EU 탈퇴는 초국가적 기구와 다자주의적 협력 체계에 대한 전통적 지지국의 입장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었으며, 이는 국제 경제 거버넌스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했습니다.
동시에 브렉시트는 글로벌 경제의 지역화(regionalisation) 현상과도 연관됩니다. 세계 각지에서 지역 경제 블록의 중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영국은 지역 통합의 선구자였던 EU에서 이탈하여 독자적인 글로벌 경제 전략을 모색하는 특이한 경로를 선택했습니다. 이는 지역 경제 통합과 글로벌 연결성 사이의 새로운 균형점을 찾으려는 시도로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영국은 인도-태평양 경제권과의 연결 강화, CPTPP 가입, 다양한 양자 무역협정 체결 등을 통해 EU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를 줄이고 글로벌 경제의 성장 중심으로 이동하는 지정학적 경제(geo-economics) 전략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브렉시트는 또한 글로벌 통화 및 금융 시스템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영국 파운드화는 여전히 주요 글로벌 준비통화 중 하나이지만, 브렉시트 이후 국제 금융 시스템에서의 위상에 대한 불확실성이 증가했습니다. 런던의 금융 중심지로서의 위치는 유지되고 있으나, 유로화 관련 특정 거래가 EU로 이동하면서 금융 활동의 일부 분산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는 보다 다극화된 글로벌 금융 시스템으로의 점진적 전환을 반영합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영국은 금융 혁신, 녹색 금융, 핀테크 등 미래 지향적 분야에서의 리더십을 통해 글로벌 금융 시스템 내에서 차별화된 위치를 확보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정학적 영향
브렉시트는 유럽과 세계의 지정학적 지형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EU 내에서는 영국의 탈퇴가 기존의 권력 균형을 변화시켰습니다. 전통적으로 자유 시장, 대서양주의, 확장적 외교 정책을 옹호해온 영국의 부재는 EU 내 프랑스와 독일의 상대적 영향력을 강화했습니다. 특히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주창한 '전략적 자율성'과 유럽 통합 심화 아젠다가 더 많은 지지를 얻게 되었습니다. 영국은 과거 EU 내에서 러시아와 중국에 대한 강경 입장을 주도했는데, 영국의 부재는 이러한 이슈에 대한 EU의 합의 형성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대서양 관계 측면에서는, 브렉시트가 초기에 우려되었던 만큼 미국-영국-EU 삼각관계를 극적으로 변화시키지는 않았습니다. 영국은 NATO 내에서 중요한 역할을 계속하고 있으며, 미국과의 특별한 관계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의 입장에서 영국은 더 이상 EU에 대한 '다리' 역할을 할 수 없게 되었고, 이는 미국이 프랑스, 독일 등 EU 주요국과의 직접적 관계를 강화하도록 촉진했습니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오히려 서방 동맹의 단결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영국은 이 과정에서 우크라이나 지원과 러시아 제재에 있어 주도적 역할을 함으로써 국제적 영향력을 과시했습니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는 영국의 '틸트(tilt)' 전략이 중국 부상에 대응하는 미국 주도의 지정학적 재편과 맞물려 진행되고 있습니다. 영국은 2021년 AUKUS 안보 협정 체결, 항공모함 퀸 엘리자베스호의 남중국해 파견 등을 통해 이 지역에서의 안보 역할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은 '글로벌 브리튼' 비전의 실질적 구현이자, 브렉시트 이후 독자적인 지정학적 행위자로서 영국의 위상을 재확립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영국의 제한된 군사·경제적 자원을 고려할 때, 이러한 글로벌 야망의 지속가능성과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미래 국제관계 전망
브렉시트 이후 영국의 국제 관계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핵심 축을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첫째, EU와의 관계는 비록 초기의 갈등과 불안정을 겪었지만, 점진적으로 더 실용적이고 협력적인 방향으로 발전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기후변화, 국제 안보, 디지털 규제, 과학기술 협력 등 공통의 이해관계가 있는 분야에서 협력이 강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2023년 윈저 프레임워크 합의와 호라이즌 유럽 프로그램 재가입은 이러한 긍정적 변화의 신호로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영국과 EU의 규제 환경이 점차 분화됨에 따라 새로운 마찰점이 등장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둘째, 글로벌 거버넌스에서 영국의 역할은 선택적 다자주의(selective multilateralism)로 특징지어질 것입니다. 영국은 UN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G7, G20, NATO, 영연방 등 핵심 국제기구에서의 위치를 활용하여 글로벌 의제 설정 능력을 유지하려 할 것입니다. 특히 기후변화, 글로벌 보건, 사이버 안보, 인공지능 거버넌스 등 신흥 글로벌 이슈에서 규범 설정자(norm-setter)로서의 역할을 확대하려 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글로벌 영향력은 영국이 EU의 집단적 영향력에 기대지 않고 단독으로 행사해야 하므로, 더 많은 외교적 자원과 창의적 접근이 요구될 것입니다.
셋째, 무역 관계에서는 점진적 다각화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EU는 앞으로도 영국의 가장 중요한 교역 파트너로 남을 것이지만, 그 비중은 점차 감소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신 미국, 인도, CPTPP 회원국 등과의 무역이 상대적으로 더 중요해질 것입니다. 특히 서비스 무역, 디지털 경제, 지식 기반 산업 등에서 글로벌 연결성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다각화는 지리적 근접성, 기존 공급망, 규제 조화 등의 경제적 현실로 인해 점진적으로만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궁극적으로 브렉시트 이후 영국의 국제적 위상은 그것이 과거의 향수에 기반한 '글로벌 브리튼'이라는 수사를 실질적인 경제적, 외교적, 문화적 영향력으로 전환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을 것입니다.
결론: 브렉시트의 의미와 미래 과제
주요 변화 요약
브렉시트는 영국 현대사에서 가장 중대한 전환점 중 하나로,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걸쳐 광범위한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경제적 측면에서는 EU 단일시장과 관세동맹 탈퇴로 인한 무역 장벽 증가, 공급망 재구성, 투자 흐름 변화가 주요한 영향으로 나타났습니다. 금융 서비스 산업에서는 EU 패스포팅 권리 상실로 일부 활동이 유럽 본토로 이전되었지만, 런던은 여전히 세계적 금융 중심지로서의 위상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노동시장에서는 자유 이동의 종식과 새로운 이민 시스템 도입으로 EU 출신 노동자가 감소하고, 특정 산업에서 인력 부족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법적, 제도적 측면에서는 EU 법체계로부터의 독립과 국내 규제 자율성 확보가 중요한 변화였습니다. 국제 관계에서는 'Global Britain' 전략 하에 EU를 넘어선 글로벌 관계 다각화를 추구하고 있으며, 특히 인도-태평양 지역으로의 전략적 '기울기'가 두드러집니다. 사회문화적으로는 브렉시트가 영국 사회 내 정체성과 가치관을 둘러싼 깊은 분열을 드러냈으며, 특히 세대 간, 지역 간 인식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났습니다. 북아일랜드 문제는 가장 복잡한 도전 중 하나로, 아일랜드 섬 내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면서 영국의 통합성과 EU 단일시장 보호라는 상충되는 목표 사이에서 미묘한 균형을 찾는 과정이 진행 중입니다.
향후 대응 전략
브렉시트의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고 새로운 기회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다층적인 대응 전략이 필요합니다. 첫째, EU와의 관계 안정화 및 심화가 우선시되어야 합니다. 무역협력협정(TCA)의 효과적 이행과 함께, 금융 서비스, 데이터 이동, 전문 자격 인정 등 누락된 분야에서의 협력 프레임워크를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윈저 프레임워크와 같은 실용적 합의를 기반으로 점진적으로 신뢰를 회복하고, 정치적 긴장을 넘어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성숙한 파트너십을 구축해야 합니다.
둘째, 경제 구조 조정과 성장 전략 재정립이 필요합니다. 단기적으로는 무역 장벽 관리와 공급망 조정을 지원하는 실용적 조치가 중요하며, 장기적으로는 생산성 향상, 혁신 생태계 강화, 녹색 및 디지털 전환 가속화를 통한 경쟁력 제고가 필수적입니다. 특히 AI, 생명과학, 청정 에너지, 첨단 제조업 등 미래 산업에 대한 전략적 투자와 규제 혁신을 통해 글로벌 경쟁 우위를 확보해야 합니다. 또한 기술 격차 해소를 위한 교육 및 훈련 시스템 개혁, 지역 간 불균형 해소를 위한 '레벨링 업' 정책의 효과적 이행도 중요합니다.
셋째, 국제 관계의 재조정과 글로벌 포지셔닝 강화가 필요합니다. EU를 넘어선 무역 관계 다각화를 지속하되, 지리적 현실과 기존 경제 구조를 고려한 균형적 접근이 중요합니다. 특히 인도, 아세안, CPTPP 회원국 등 성장하는 시장과의 경제 관계 강화와 함께, 미국, 영연방 국가들과의 전략적 파트너십 심화가 필요합니다. 또한 기후변화, 글로벌 보건, 사이버 안보 등 초국가적 도전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 협력에 적극 참여하여 '글로벌 공공재' 제공자로서의 역할을 강화해야 합니다.
국가 발전을 위한 시사점
브렉시트는 영국이 자국의 미래를 새롭게 정의하고 구상할 수 있는 '강제된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얻은 가장 중요한 시사점 중 하나는 국가적 합의 구축의 중요성입니다. 브렉시트는 영국 사회 내 깊은 분열을 드러냈으며, 이러한 분열을 치유하고 공동의 비전을 향한 국민적 합의를 형성하는 것이 미래 발전의 핵심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이는 정치 지도자들이 단기적 이익과 당파적 고려를 넘어, 국가의 장기적 이익과 사회적 결속을 우선시하는 책임 있는 리더십을 발휘할 것을 요구합니다.
또한 브렉시트는 세계화의 과실이 사회 전체에 고르게 분배되지 않았다는 현실을 일깨우며, 보다 포용적인 경제 모델의 필요성을 강조합니다. 향후 영국의 발전 모델은 경제적 효율성과 함께 사회적 형평성, 지역 균형, 환경적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방향으로 진화해야 할 것입니다. 특히 세계화와 기술 변화로 인해 소외된 지역과 계층을 재통합하는 정책적 노력이 중요합니다.
궁극적으로 브렉시트의 성공 여부는 영국이 이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교훈을 얻고, 이를 바탕으로 얼마나 효과적으로 자신을 재발명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전환기의 혼란과 불확실성을 넘어, 영국이 독자적인 번영의 길을 찾고 국제 사회에서 건설적인 역할을 계속할 수 있다면, 브렉시트는 단순한 EU 탈퇴를 넘어 국가 재창조의 계기로 역사에 기록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정치적 의지, 경제적 혁신, 사회적 응집력, 그리고 무엇보다 장기적 비전과 인내가 필요합니다. 브렉시트의 진정한 의미와 영향은 앞으로 수십 년에 걸쳐 계속 전개될 이 광범위한 국가적 재조정 과정을 통해 서서히 드러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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